비케디(BKD)의 베트남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 베트남의 쌀국수


  지난 포스트에서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야기 해보았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베트남의 쌀국수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물론 내가 요리를 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쌀국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우리나라 국수에는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다. 잔치국수, 칼국수, 비빔국수, 멸치국수 등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 방식과 같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국수의 종류가 나누어지는 것이다. 베트남 쌀국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쌀국수는 여러 종류의 베트남 쌀국수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종류의 쌀국수를 이곳에서 모두 소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분량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쌀국수에 대한 나의 지식도 그만큼 풍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일반적인 쌀국수 3가지를 이곳에서 소개한다.


  제일 먼저 소개할 쌀국수는 베트남 북부, 그 중에서도 특히 하노이의 것이 특히 유명한 '퍼'(Phở)이다. 한국에서 파는 대부분의 쌀국수가 퍼에서 기원한 것이니 퍼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쌀국수라고 할 수 있겠다.(쌀국수가 한국으로 들어온 초창기에는 베트남어 'Phở'의 알파벳 'Pho'만 표기되어 '포'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발음이고 제대로 된 발음은 '퍼'이다.) 퍼는 하노이 남쪽에 위치한 남딘(Nam Định)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에서도 남딘을 퍼의 기원지로 보고있다. 남딘 역시 하노이와 같이 베트남 북부인데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퍼는 베트남 북부에서 가장 일반적이다. 특히 하노이의 퍼는 그 맛이 좋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퍼=하노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이다. 퍼는 면이 넓적하다. 그리고 소고기를 넣거나 닭고기를 넣어 맛을 낸다. 소고기를 넣은 퍼를 '퍼 보'(Phở bò)라 하고 닭고기를 넣은 퍼를 '퍼 가'(Phở gà)라고 한다. 소고기를 넣은 퍼는 다시 어떤 고기를 넣느냐에 따라서 여러 종류로 구분되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퍼 따이'(Phở tái)와 '퍼 찐'(Phở chín)이다. 퍼 따이는 데친 소고기를 넣은 쌀국수이다. 얇게 썰어놓은 소고기를 쌀국수 국물에 살짝 데쳐서 넣은 쌀국수가 퍼 따이가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퍼 찐은 완전 익힌 소고기를 넣는다. 퍼 찐을 만들 때에는 고기 덩어리를 통째로 삶은 다음에 삶은 고기를 썰어 쌀국수에 넣는다. 두 가지를 놓고 어느 것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쌀국수 집에는 두 가지 메뉴와 더불어 둘 다 들어간 '퍼 따이 찐'(Phở tái chín)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하노이에 살면서 늘 퍼 따이 찐을 먹었다. 퍼 보를 먹는다면 굉장히 진한 소고기 국물을 맛볼 수 있다. 닭고기를 넣어 만든 퍼 가는 퍼 보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다. 라임을 짜넣은 소금에 퍼 가에 들어간 닭고기를 찍어먹는 것도 굉장히 맛이 좋다.


전형적인 하노이 퍼 보(2016년 8월). 사진은 '퍼 따이 남'(Phở tái Nạm)이다. 퍼 따이 남은 소고기 양지를 사용한다. 이곳은 새벽 6시에 오픈을 하고 재료가 다 떨어지면 문을 닫고 아침 장사를 접는다. 새벽 6시 30분에만 가도 쌀국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쌀국수는 내가 베트남에서 먹어본 쌀국수 중에 가장 맛있었다. 정말 진한 소고기 국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원래 아침에만 장사를 했었는데 최근에는 저녁에도 오픈을 한다고 한다. 식당 이름은 '퍼 쟈 쭈엔'(Phở Gia Truyền)이고 주소는 49 Bát Đàn, Hà Nội 이다.


퍼 쟈 쭈엔과 더불어 하노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식당인 '퍼 틴'(Phở Thìn)의 퍼 보(2016년 7월). 퍼에 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파 때문에 그런지 진한 소고기 국물의 퍼 쟈 쭈엔과는 다르게 약간 시원한 맛도 난다. 사진 속 꽈배기 같이 생긴 것은 '꿔이'(Quẩy)라고 한다. 기름에 튀긴 밀가루 반죽으로 퍼 국물에 적셔먹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이 꿔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퍼 틴의 주소는 13 Lò Đúc, Hà Nội 이다.


  베트남 북부에 퍼가 있다면 베트남 중부에는 '분 보 후에'(Bún bò Huế)가 있다. 분 보 후에에서 '후에'(Huế)는 도시의 이름이다. 지난 포스트에서 하노이는 19세기 등장한 응우옌 왕조가 수도를 후에로 옮기기 전까지 베트남의 수도로서 역할하였다고 설명하면서 후에를 언급하였다. 후에 음식은 베트남에서 전국적으로 굉장히 유명하여 곳곳에 후에 음식점이 있는데 대부분의 후에 음식점에서 분 보 후에를 판매한다. 분 보 후에는 특이하게 매콤한 빨간 국물에 베이스가 되는 쌀국수이다. 매콤한 국물에 넓적한 퍼와 달리 비교적 둥그런 '분'(Bún)이라는 면을 넣고 그 위에 소고기, 고기 완자, 돼지 선지, 짜까(Chả Cá, 생선으로 만든 어묵) 등을 올린다. 하노이 퍼가 소고기 혹은 닭고기라는 재료 하나로 맛을 냈다면 분 보 후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어묵 등을 복합적으로 넣어 풍부한 맛을 낸다.


후에의 쌀국수인 분 보 후에(Photo by 정웅희). 퍼나 후 띠에우와 달리 국물이 은은한 붉은색을 띄고 있다. 분 위에 소고기와 선지, 짜까 등이 올려져 있다. 분 보 후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어묵 등이 들어가 맛의 조화를 이룬다.


  베트남 남부에는 '후 띠에우'(Hủ Tiếu)가 있다. 후 띠에우 혹은 '후 띠우'(Hủ Tíu)라고도 불린다. 후 띠에우는 퍼, 분 보 후에와 비교하여 면이 가장 가늘다. 한국의 소면보다도 면이 가느다랗다. 후 띠에우는 베트남 남부의 '미토'(Mỹ Tho)라는 도시의 것이 유명하다. 이 도시를 비롯한 베트남 남부는 메콩 강(Mekong river)을 기반으로 하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았다. 메콩 강은 중국 티벳에서 발원하여 버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과 같은 대륙부 동남아시아를 모두 거쳐 남중국해로 빠져나온다. 이 거대한 강은 베트남 남부인들에게 막대한 수산 자원을 제공해주었다. 그렇기에 남부 베트남에는 수산물, 해산물 등이 풍부하고 이것이 음식으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후 띠에우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인 후 띠에우에는 새우, 오징어 등의 해산물들과 간 같은 돼지 부속물이 들어간다. 내가 2015년 12월에 처음 베트남에 도착하여 먹은 음식이 후 띠에우였는데 그 맛에 완전에 매료되어 남부 베트남에 머무르는 동안 줄곧 후 띠에우를 먹었었다. 해산물과 돼지고기의 맛이 합쳐져 깊은 풍미를 낸다. 이러한 풍미는 진한 소고기 국물의 퍼와는 다른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다. 후 띠에우는 면과 국물이 함께 나오는 것과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오는 것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오는 후 띠에우를 더 좋아한다.


미토에서 한 식당에서 먹은 후 띠에우(2017년 2월). 이것은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오는 후 띠에우이다. 면 위에는 튀긴 샬롯과 숙주 등을 올린다. 국물에는 새우와 오징어가 들어있고 잘 보이지 않지만 돼지 부속물도 들어있다. 식당 이름은 '후 띠에우 뚜엣 응언'(Hủ Tiếu Tuyết Ngân)으로 주소는 237, Ấp Bắc, Phương 5, Thành phố Mỹ Tho, Tiền Giang 이다.


  이상으로 베트남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흔히 볼 수 있는 쌀국수 3가지를 소개하였다. 일반적이고 흔히 볼 수 있다는 말은 곧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의 쌀국수는 일반적이지만 지역마다 그 모습이나 들어가는 재료가 약간씩 차이를 보여 독특하기도 하다. 베트남을 여행하거나 그곳에 거주하면서 여러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도시 혹은 지역만의 쌀국수를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큰 기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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